안녕하세요! 평생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살던 직장인이 어느날 문득 하프 마라톤에 도전하기로 결심하면서 시작된 100일간의 여정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2025년 봄, 무작정 시작한 하프 마라톤 준비 과정에서 배운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볼게요. 전문 러너가 아닌 일반인의 시행착오와 성공 경험을 통해 여러분의 도전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왜 하필 “하프 마라톤” 이었을까? 🏃🏻
회사 생활 5년 차, 점점 불어나는 체중과 줄어드는 체력에 위기감을 느끼던 중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우연히 본 하프 마라톤 포스터가 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도전”이라는 카피가 마음에 와닿았죠. 21.0975km를 달린다는 건 당시 저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였지만, 그 도전 자체가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래, 100일 후에 열리는 이 대회를 목표로 삼자!”
이렇게 2025년 1월, 추운 겨울날 저의 하프 마라톤 도전이 시작되었습니다.
0에서 시작하는 하프 마라톤 준비 계획
처음에는 막막했어요. 검색을 통해 러닝 커뮤니티와 블로그들을 찾아보았지만, 대부분 이미 달리기에 익숙한 사람들을 위한 정보였죠. 진짜 완전 초보자를 위한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결국 저만의 훈련 계획을 세웠습니다:
- 1️⃣ 1-30일: 달리기 적응기 – 걷기와 달리기 병행
- 2️⃣ 31-60일: 기초 체력 다지기 – 5K 안정적으로 완주하기
- 3️⃣ 61-90일: 거리 늘리기 – 10K를 넘어 15K까지
- 4️⃣ 91-100일: 컨디션 조절하기 – 레이스를 위한 테이퍼링
이 계획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만 담고 있었습니다. “천천히 시작하고, 점진적으로 늘리자.” 전문 러너들의 조언 중 가장 많이 나온 말이었거든요.
첫 번째 달: 걷기와 달리기의 경계에서
첫 날 공원에 나가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300미터만에 숨이 턱까지 차올랐어요. 충격이었죠. 그래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걷기 5분 – 달리기 1분의 반복
처음에는 이것도 힘들었지만, 1주일 지나자 걷기 3분 – 달리기 2분으로, 2주일 지나자 걷기 2분 – 달리기 3분으로 변경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점진적으로 달리는 시간을 늘려갔습니다.
첫 달의 가장 큰 교훈은 “무리하지 말 것”이었습니다. 한번은 의욕이 넘쳐 30분 연속 달리기를 시도했다가 무릎 통증으로 3일을 쉬어야 했거든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마라톤은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기전이라는 것을요.
두 번째 달: 5K의 벽을 넘어
두 번째 달에 접어들면서 비로소 20분 연속 달리기가 가능해졌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5K 완주라는 작은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이란! 마치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것처럼 행복했어요.
이 시기에 알게 된 중요한 팁들:
- 1️⃣ 호흡 리듬 찾기: 저는 3보에 들이쉬고 2보에 내쉬는 리듬이 가장 편했어요
- 2️⃣ 발착지 방법: 뒤꿈치로 착지하지 말고 발의 중간 부분으로 착지하는 연습
- 3️⃣ 심박수 체크: 150-160bpm을 넘지 않도록 페이스 조절
또한 이 시기에 처음으로 러닝화를 제대로 구매했습니다. 처음에는 가격에 놀랐지만, 발과 무릎 통증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어요. 장비의 중요성을 처음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러닝은 신고 달리는 러닝화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세 번째 달: 10K를 넘어 15K까지
세 번째 달은 정말 도전의 시간이었습니다. 5K는 적응했지만, 10K는 완전히 다른 게임이었어요. 여기서 새롭게 시도한 훈련법들:
- 1️⃣ 인터벌 트레이닝: 400m 빠르게 달리고 200m 천천히 달리는 방식으로 8회 반복
- 2️⃣ 템포런: 평소보다 약간 빠른 페이스로 20분 지속 달리기
- 3️⃣ LSD(Long Slow Distance): 주말에는 느리게 장거리 달리기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식단 관리였습니다. 달리기 전 음식 선택이 퍼포먼스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깨달았어요. 특히 달리기 2시간 전에 먹는 간식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15K를 완주했을 때는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이제 하프 마라톤의 3/4 거리를 달렸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장비와의 설렘 가득한 만남
훈련이 진행될수록 러닝 장비에 대한 관심도 커졌습니다. 처음엔 무작정 구매했던 것들이 점차 필요에 따라 선택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나의 러닝 필수템 리스트:
- 러닝화: 발의 아치와 착지 방식에 맞는 신발 (저는 오버프로네이터라 안정성 신발 선택, 저같은 초보자분들에게는 역시 안정성이 높은 신발을 추천드립니다)
- 러닝 앱: 러닝 관련 앱을 사용해서 자신의 러닝 기록을 관리하고 동기 부여가 될 수 있어요. 저는 스트라바(Strava)를 사용했습니다.
- 건조 흡습 티셔츠: 달리다 보니 땀 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어요, 땀 배출이 잘 안된다면 달릴수록 점점 힘들어지는 나 자신을 알게 되었어요.
- 방풍 재킷: 봄철 갑작스러운 비와 바람에 대비해서 바람을 막을 수 있는 바람막이 같은 게 필요했어요.
- 러닝벨트 or 러닝조끼: 휴대폰, 에너지젤, 응급용품 등을 보관하기 위해 러닝 벨트나 러닝 조끼도 착용해보니 편리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비는 역시 러닝화였습니다. 처음엔 ‘그냥 운동화면 되지’라고 생각했지만, 발 분석을 받고 적합한 신발을 신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무릎 통증이 사라졌어요. 장비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건 아니지만, 제대로 된 장비는 훈련의 질을 확실히 높여준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다른건 몰라도 러닝화 구입은 꼭 추천드립니다.
마음의 벽을 넘는 정신력 훈련
하프 마라톤 준비에서 가장 의외로 중요했던 부분은 정신력 훈련이었습니다. 육체적 한계보다 정신적 한계가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특히 12km 지점에서 느껴지는 ‘벽’은 정말 괴로웠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한 방법들:
- 마음챙김 러닝: 호흡과 발소리에 집중하며 달리기
- 만트라 반복하기: “한 걸음씩, 끝까지”와 같은 짧은 문구 반복
- 구간별 목표 설정: 만약 10km를 뛴다면, 전체 거리가 아닌 다음 1km만 생각하기
- 감사 러닝: 지금 내가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달리기
이 중에서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구간별 목표 설정’이었어요. 만약 “21km를 달린다”고 생각하면 압도되지만, “다음 급수대까지만 달리자”라고 생각하면 훨씬 감당이 가능했습니다. 지금 당장 달리고 있을때 너무 멀리보면 처음부터 지치게 시작하더군요.
대회 1주일 전: 테이퍼링의 중요성
대회를 일주일 앞두고 훈련량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이 기간 동안 했던 것들:
훈련 테이퍼링
- 월요일: 가벼운 조깅 30분
- 화요일: 5 x 400m 인터벌 (회복 시간 90초)
- 수요일: 수영 30분 (크로스 트레이닝)
- 목요일: 템포런 15분
- 금요일: 완전 휴식
- 토요일: 가벼운 조깅 15분 + 스트레칭
- 일요일: 대회 당일!
식단 관리
대회 전 주간에는 특별히 탄수화물 섭취를 늘렸습니다. 과식은 피하되, 에너지원이 될 탄수화물을 적절히 섭취했어요.
대회 전날 저녁 식단:
- 흰쌀밥 한 공기
- 그릴드 닭가슴살
- 찐 야채
- 바나나 한 개
- 충분한 물
에너지는 보충한다는 느낌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하는 시간이었지만, 그동안의 훈련을 믿고 마음을 다잡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대회 당일: 드디어 그날이 왔다!
대회 당일 아침, 알람보다 먼저 눈이 떠졌습니다. 마치 소풍가는 날처럼 말이죠. 설렘과 긴장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대회 당일 체크리스트:
- 출발 3시간 전 아침 식사 (오트밀 + 바나나 + 꿀)
-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2시간 전 장 비우기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진짜 중요! 👍)
- 출발 30분 전 워밍업 (가볍게 조깅 10분, 동적 스트레칭)
- 출발 10분 전 급수대 확인 및 위치 파악
그리고 드디어 출발선에 섰습니다. 3개월 전에는 300m도 달리지 못했던 제가, 하프 마라톤 출발선에 서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어요.
레이스 전략과 페이스 배분
대회 중 가장 중요했던 것은 페이스 배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빠르게 달리면 후반에 지치기 마련이니까요.
제가 세운 페이스 전략은 이랬습니다:
- 0-5km: 일단 평소보다 10% 느리게 (컨디션 확인)
- 6-15km: 편안한 페이스 유지
- 16-18km: 약간 페이스 조절 (힘들어지는 구간)
- 19-21km: 남은 에너지 모두 사용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7km 지점이었습니다.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지고 “더 이상 못 뛰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솔직히 “걸을까” 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응원해주던 관중들의 함성이 큰 힘이 되었어요. 낯선 사람들의 응원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완주의 기쁨과 그 이후
지금까지의 여정을 돌이켜보면, 하프 마라톤 준비는 단순한 체력 단련을 넘어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주었습니다. 꾸준함의 힘, 한계를 넘어서는 경험, 그리고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가치를 배웠어요.
대회 당일,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완주 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숫자로는 2시간 15분이라는 기록이 찍혔지만, 저에게 그 의미는 기록 그 이상이었습니다.
하프 마라톤 완주 후 회복 ❤️🩹
완주 후 회복도 훈련의 연장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무리한 축하는 잠시 미루고 다음과 같은 회복 프로그램을 실천했어요:
- 당일: 완주 후 10분간 걷기, 충분한 수분과 전해질 보충, 단백질과 탄수화물 섭취
- 1-2일차: 가벼운 스트레칭과 워킹, 수면 시간 늘리기
- 3-5일차: 가벼운 크로스 트레이닝 (수영, 사이클링)
- 6-7일차: 짧은 거리의 가벼운 조깅
대회 일주일 후부터는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러닝은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매일 아침 5km 달리기가 습관이 되었고, 다음 목표로 풀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어요.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제 하프 마라톤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몇 가지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 자신만의 페이스를 존중하세요. 남과 비교하지 마세요. 마라톤은 개인적인 자신만의 운동이에요.
- 작은 성취에 기뻐하세요. 첫 5K, 첫 10K 모두 축하받을 일입니다. 축하합니다!
- 회복의 중요성을 잊지 마세요. 쉬는 날도 훈련의 일부입니다. 무리하다가는 다칩니다.
- 적합한 장비에 투자하세요. 특히 러닝화는 부상 방지에 핵심입니다. 러닝화가 따로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 즐기세요. 목표에 집착하다 보면 즐거움을 잃기 쉽습니다. 장기적인 운동으로 가져가려면 즐겁게 하셔야합니다.
하프 마라톤 준비는 단순히 신체적인 도전이 아니라 정신적 성장의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25년 봄, 제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100일을 보냈습니다. 이 글이 어디선가 비슷한 도전을 꿈꾸는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되길 바랍니다. 물론 저마다의 여정과 방식은 다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항상 시작이 어려운 것 같아요. 첫 발을 내딛는 용기만 있다면, 나머지는 한 걸음씩 따라올 것입니다. 👍